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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웬 남자가 축 늘어진 델라를 안고 빠른 걸음으로 꼬스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 라스뜨리가 델라의 가방을 들고 황황히 들어왔다. 나와 함께 꼬스 2층 난간에 기대어 잠시 얘기를 나누던 시파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어떡해, 델라가 또 혼절했어! 막 방에서 나온 셉띠가 거들었다. 또 남자친구하고 안 좋은 일이 있었나봐. 두 친구는 델라가 큰 충격을 받으면 종종 저렇게 쓰러진다고 했다. 그리고 꼬스 밖으로 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동시에 말했다. 쟤가 남자친구야-쟤가 남자친구지? 우리는 곧 라스뜨리 방에 누워있는 델라를 보러 갔다. 궁금하긴 했지만 이럴 때는 조용히 안정을 취하게 하는 편이 나을 것 같고, 구경하듯 상태를 보러 가는 건 좀 실례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웠는데, 시파가 아무렇지도.. 더보기
"꾸수마의 꽃" 꼬스에 들다 며칠 째 게스트하우스 신세다. 말랑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꼬스(Rumah Kos. 우리나라의 월세방/전세방과 비슷함)를 구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땡볕에 지도 한 장 들고 어디가 꼬스이고 아닌지 표시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물어물어 찾은 곳만 해도 일곱 군데다. 꼬스를 구하는 내 기준은 명확했다. 뜨거운 물이 나올 것, 그리 비싸지 않지만 깨끗할 것,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 여자들이 가득할 것. 마지막 기준은 나의 연구와 밀접한 것이었다. 이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 와얀과 그의 여자친구 메가도 나의 요청에 따른 방을 찾아주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었다. 하지만 일주일 가까이 꼬스를 구했다는 소식이라든지 꼬스를 보러가자든지 하는 말은 들려오지 않는다. 또 다른 친구 미프타와는 한 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