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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와의 인연 처음으로 발 디딘 해외가 인도네시아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곳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한국에는 장마가 한창이라는 소식이 있었고 어디로든 떠나지 않았다면 내 생활에도 우기가 계속되었을 것이다. 대학의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왔기에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준-관광객으로 열대의 분위기 속에서 보름을 지냈다. 귀국한 뒤 열병을 앓듯 인도네시아를 그리워했고 내게 부족한 여유와 사랑을 그곳에서 향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도네시아를 한층 더 사랑하게 된 것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으로 충만했던 대학원 생활, 그리고 인도네시아 친구들과의 우정 덕분이었다. 덕분에 나는 한국에 살면서도 인도네시아를 내 생활에 끌어올 수 있었고 어느덧 인류학도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미국도, 프랑스도, 일본도.. 더보기
"꾸수마의 꽃" 꼬스에 들다 며칠 째 게스트하우스 신세다. 말랑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꼬스(Rumah Kos. 우리나라의 월세방/전세방과 비슷함)를 구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땡볕에 지도 한 장 들고 어디가 꼬스이고 아닌지 표시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물어물어 찾은 곳만 해도 일곱 군데다. 꼬스를 구하는 내 기준은 명확했다. 뜨거운 물이 나올 것, 그리 비싸지 않지만 깨끗할 것,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 여자들이 가득할 것. 마지막 기준은 나의 연구와 밀접한 것이었다. 이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 와얀과 그의 여자친구 메가도 나의 요청에 따른 방을 찾아주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었다. 하지만 일주일 가까이 꼬스를 구했다는 소식이라든지 꼬스를 보러가자든지 하는 말은 들려오지 않는다. 또 다른 친구 미프타와는 한 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