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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깊이 알기/사회 & 문화

삼양을 대신한 삼양 해외영업? ─삼양라면 할랄 여부 Q&A

동부 자바의 방일(Bangil)이라는 지역에서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친구, 누라(Nura)로부터 문의가 들어왔다. 누라는 현지조사 당시 나와 가장 가깝게 지냈던 친구 중 하나로, 올해 대학 졸업반이다. 누라는 평소와 달리 그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버지의 이야기를 내게 전달했다.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너무 잘 팔려서 "쌓아놓고 판다"는 할랄 인증을 받은 "불닭볶음면"에 대한 문의였다. 얼마 전 누라에게 할랄전문가양성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안부를 전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안부를 다시 아버지에게 전달했던 모양이었다. 

 

누라의 아버지는 이 지역에서 상당히 영향력 있는 식료품 및 잡화점인 또꼬 누사 인다(Toko Nusa Indah)를 운영하고 있다. 귀국 후 1-2년 사이 인도네시아에도 불닭볶음면 열풍이 불었는지 또꼬 누사 인다에서도 불닭볶음면을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 위 그림은 Bangil의 위치를 나타낸 지도이다. 지도에는 큰 점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군(郡) 정도의 행정구역으로 생각하면 될듯 하다. 



▽ 구글맵에서 캡처한 Toko Nusa Indah의 모습이다. 안타깝게도 가게 자체의 모습은 가로수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누라의 아버지는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어째서인지 불닭볶음면의 종류가 두 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같은 불닭볶음면인데 하나는 할랄 로고가 찍혀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없었다. 심지어 할랄 로고가 붙어있는 불닭볶음면의 가격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높게 인쇄되어 있었다. 


급기야, 독실한 누라의 아버지와 지역주민들은 이 불닭볶음면이 할랄이 아닐 뿐 아니라, 심지어 한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가짜일 수도 있으며, "삼양"이라는 브랜드가 붙여진 모든 제품 역시 돼지고기가 들어간 "하람(haram)"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누라의 아버지는 내게 바로 이 점을 물어왔다. 아래는 그 대화의 일부이다.






이러한 정황을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먼저, 불닭볶음면의 패키지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번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났다던 불닭볶음면 사태의 여파가 아닐까, 하는 생각. 즉, KMF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정식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패키지가 잘못 인쇄되었을 가능성 하나. 

다른 이유로는, 돼지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할랄 제품과 돼지고기가 든 비할랄 제품이 동시에 수입되었고 이것이 이 지역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분리취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은 개인적인 소견이었을뿐,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었다. 작은 지역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하나의 한국 기업에 대한 지역사회, 무슬림 사회의 신뢰가 달린 일이 아닌가. 어떻게 하면 그 원인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삼양식품 본사에 직접 문의해보기로 결심했다. 해외영업부서 직원과의 통화 후에 메일주소를 알 수 있었고, 인도네시아 해외영업 담당자에게 자초지종을 담은 문의 메일을 보냈다. 2017년 1월 13일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담당자는 메일을 읽지 않았고, 나는 다시 전화해 메일 확인을 부탁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바로 읽고 답변을 드리겠다는 말이 아닌, "아직 저희가 메일을 읽지 않았다"였다. 통화중 담당자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고, 일말의 죄송하다는 말도, 바로 확인하겠다는 한 마디 말도 없었다.

 

내가 국내 소비자여서 그런 걸까? 어디에서 소속되지 않은 일개 개인이어서 그런가?.. 등등 생각해보았지만, 어떤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영업이라 함은 고객과의 최접점에 있는 부서가 아닌가? 글로벌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는 회사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담당자의 오만한 태도에 화가 났다. 그리고 일주일이 더 지났지만 수신메일함에는 여전히 "읽지 않음" 표시뿐이었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을 누라의 아버지를 생각하니 애가 탔다. 다시 한 번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사무적이고 심드렁한 태도를 일관했고, 그렇게 세 번째 채근해서야 답변을 주었다.


 


요점은 

1. 불닭볶음면의 패키지가 다른 이유? 싱가폴과 한국에서 동시에 병행 수입된 제품이 섞여서. 이 중 "한국-> 인도네시아" 정식 수입 제품은 KMF 할랄 인증을 받음. 



▽ 아래는 담당자가 보내준 정식 불닭볶음면 바디(큰컵) 이미지                                            

 


                          

                         

2. 기타 문의한 삼양 브랜드의 라면들도 할랄인가? 

   그렇다. 단, 그 라면들이 영문 패키지일 경우에만 할랄이다. 따라서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지 않다. 

   하지만 한글 패키지 라면들은 비할랄로 본래 한국 내수용. 따라서 돼지고기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 담당자가 보내준 삼양 라면의 KMF 할랄 인증서

담당자로부터 받은 메일 내용을 인도네시아로 번역에서 누라에게 보내주었다. 내 메시지를 받아본 누라의 아버지는 말했다. 


"언니(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내 별명이 언니인 줄 안다)에게 전해주렴. 한국에서 온 할랄 삼양 라면에 대한 제품 정보를 줘서 고맙다고. ... 언니 덕분에 우리는 멀리 인도네시아에서 있지만 삼양 제품을 신뢰할 수 있게 됐고, 우리 가게들(방일 지역에서 또꼬 누사 인다는 여러 지점을 갖고 있다)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삼양의 라면을 팔 거야."


불친절했던 직원의 일을 대신해주는 기분이 썩 즐겁지만은 않았다. 굳이 좋았던 점을 꼽자면, 누라 아버지의 고민을 해소해드렸다는 점? 그리고 할랄 공부를 내 친구의 실생활로 가져와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