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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음~

2016 하반기 할랄 전문가 양성과정 후기

무슬림 여성들의 뷰티에 대해 원고를 쓰다가 알게 된 할랄 전문가 양성과정. 

고용노동부에서 후원하고 머니투데이에서 운영하는 청년취업 아카데미의 한 종류였다.

나는 전공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구직에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조금의 망설임 없이 수강 신청을 했고, 면접을 본 후 3개월 가량 과정에 참여했다.

2016년 10월 27일부터 2017 1월 25일까지 할랄 사업과 이슬람과 관련된 기초적인 교육을 받았고,

이후부터 3주 간은 중소기업에서 기업실습을 하도록 예정되어 있다.

 

180여 시간은 할랄에 대한 강의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26명 정도로 시작했던 프로그램의 분위기는 초반기에 상당히 열정적이었다. 모두가 나름대로 할랄을 이용해서 취업에 도움을 얻고자 했고, 소수의 친구들은 진심으로 할랄 전문가를 꿈꾸고 있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반에 있는 친구들이 구성원의 주를 이루었다. 할랄 전문가가 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올인한 친구와 석사를 마친 나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이긴 했다.

 

하지만 할랄과 관련한 몇 가지 개념과 현황 위주의 수업이 장기간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할랄사업 자체가 주춤하게 되면서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구직활동의 과정인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침몰하는 배에 탄 느낌이었다.  

도중에 취직이 되어서 그만둔 친구들도 몇 있었지만, 몇몇은 그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해서 결국 포기했다. 남은 사람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장기간의 빡센 스케쥴은 취업 준비에 방해가 될 정도였다. 

길게 적고 싶지는 않지만.. 운영상의 문제도 많았고, 우리들은 이 점에 불만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말로 구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려가 필요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기획자들은 반드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을 위해 흔쾌히 제공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들이 원하는 바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첫째로, 운영자는 반드시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참여자들과 자주 소통하고 만나서 고충을 듣고, 문제점을 개선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초창기에서부터, 아니 기획 및 홍보 단계에서부터 "취업 연계"와 같은 과장된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수강생들을 모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점에 실망하고 좌절한 친구들이 몹시 많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장기간 동안 동일한 콘텐츠의 강의를 지나치게 반복하는 것은 강의자와 수강자 모두에게 독이고 예산 낭비다. 단축적으로 실질적인 취업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실무적인 취업특강과 무역 강의를 제공한 것은 공부가 많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적어도 춥지 않은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 하고, 병결이 인정되어야 한다. 국비로 진행되는 과정이고 나름의 관리방침이 있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오용의 이유로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인간적이지 않은가. 또한 외부에서 오는 강의자들에게 학교의 식당이나 부대시설, 혹은 쉬는 시간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때때로 8시간씩 서서 강의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염려스러웠다. 

 

300여시간을 이 프로그램에 투자한 만큼 얻은 점도 많았다. 할랄에 대한 국내 현황과 취업에 관한 고급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열심히 강의해주시고 조언을 주신 선생님들과 애써주시는 관리자 분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보면서도 많은 수의 수강생들을 관리한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가장 소중하고 감사한 것은, 한꺼번에 너무나 좋은 친구들을 얻었다는 점이다! 경험이 많고 마음 따뜻했던 친구들로부터 나는 많이 배웠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이 상황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게 되어서 감동적이었고,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외롭지 않았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더 행복하고 건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