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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깊이 알기/미의식과 미용관행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과 K뷰티

이니스프리는 왜 인도네시아에 없어요? 한국에서 인기 좋지 않아요?”

K뷰티에 심취한 인도네시아 여성 사라(24)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을 제외하고는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의 화장품을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날 인도네시아 화장품 수입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제품은 2.5%의 비중만을 차지하고 있어 인도네시아 현지의 수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그간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이유는 상호 연결된 두 가지 원인 때문이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 있어 법적인 진입장벽이 높으며, 시장에서 거두어들이는 매출 또한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자국 내에서 유통되는 국내외 모든 화장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압박하기 시작한 최근의 상황은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는 데에 또 다른 장애물로 대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화장품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에 대한 국내 기업의 진출전망을 비관적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위연령이 20대에 머무르는 젊은 국가이며(한국의 중위연령은 40대이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 인구가 거주하는 국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도네시아는 포기하기에는 분명 너무나 매력적인 시장이다. 두 차례에 걸쳐 연재될 이번 기사에서는 먼저,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에 대해 종합적으로 개괄한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함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을 검토한다.

 

 

이 글은 경상북도 경제진흥원 웹진 "경북PRIDE상품 글로벌웹진 2016년 9월호, vol.29"에 연재되었습니다. http://www.prideitems.co.kr/Pride_global_webzine/201612/contents/con17.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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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의 지배

 

 

[그림 ] 무슬림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침수성 매니큐어

 

 

인도네시아 20대 여성들의 화장대에는 어떤 제품들이 있을까? 메이크업을 좋아하는 사라의 화장대는 각종 화장품들로 빼곡하다. 그녀는 한 달에 한두 번 하는 에뛰드의 마스크팩을 한편에 올려둔다. 더바디샵의 바디 미스트, 어머니에게서 얻은 입생로랑 립스틱, 그리고 SPF90에 달하는 강력한 선크림도 그녀가 사랑하는 아이템이다. 무슬림 여성으로서 폴란드 브랜드 잉글롯의 침수성 매니큐어도 빼놓을 수 없다.

 

발리 여성 샨띠(23)는 스위스 브랜드 오리플레임의 기초라인과 헤어제품의 충성고객이다. 사라가 가지고 있는 여느 제품들처럼, 제법 가격대가 있음에도 인도네시아의 많은 여성들이 갖고 싶어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샨띠가 이 브랜드의 제품을 소장할 수 있는 이유는 직장생활을 하는 두 언니와 함께 멤버십을 공유함으로써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때로 샨띠는 다른 화장품을 사볼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오리플레임의 뛰어난 품질이나 네임 밸류를 생각하면 그러한 생각도 잠시일 뿐이다.

 

이 화장대 사례에서 잘 드러나는 외국계 기업의 비중은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 전반에서 극명히 나타난다. 760여개의 화장품 회사(이 중 500여개는 중소기업)가 난립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에서 유럽, 미국, 일본, 중국과 같은 해외 브랜드의 화장품 기업 혹은 외국계 투자기업을 지닌 현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선회한다. 이 비중의 5% 가량은 태국과 같은 ASEAN 국가로부터 수입된 제품들로 이루어진다.

 

특히 유니레버, 로레알, P&G, 맨덤과 같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유니레버는 특히 폰즈를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찌뜨라(Citra)라는 로컬 이름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로레알은 2012년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에 세계 여타 지역에 설립한 공장보다도 가장 큰 규모의 공장을 열면서 30% 가까이 매출액이 상승한 바 있다. 이러한 대표 글로벌 기업들은 오랜 기간 현지화에 공을 들인 결과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저가에서 고가에 이르는 제품을 폭넓게 생산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대다수 해외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어 중고가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인도네시아에 화장품 시장이 외국계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진 까닭은 우수한 로컬 기업이 존재하고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외국제품에 대한 현지의 수요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들에게 있어 해외 브랜드 화장품의 소비는 타인과 나를 차별화하는 하나의 표현방식이다. 중하층의 소비자들에게는 고소득층과 비슷한 수준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자기만족을 얻게 한다.

 

한국 화장품 역시 현지인들에게 상대적으로 고급스럽고 비싼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한국 화장품은 중상층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 인도네시아 젊은 여성들을 강타한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류를 덕분에 판매 전망 또한 긍정적이다.

 

발분하는 인도네시아 기업

 

라라(24)의 화장대는 앞서 살펴본 두 여성의 그것보다 다소 빈약하다.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라라의 화장대에는 인도네시아 로컬 브랜드 사리 아유(Sari Ayu)의 크림과 색조가 가미된 니베아 립밤만을 사용할 뿐이다. 그녀는 해외 브랜드의 화장품을 사고 싶기는 하지만 가격대가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어 부담스럽다고 느낀다. 뷰티에 관심이 많은 사촌언니에게 추천을 부탁한 그녀는, 가격 면에서나 효과 면에서나 호평 받고 있는 로컬 화장품 브랜드, 와르다(Wardah)의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을 사기로 결심한다. 라라는 할랄 화장품계를 선도하고 있는 이 브랜드의 화장품이 무슬림인 그녀 자신과 잘 어울리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국내기업은 매우 다양하지만, 단연 무스띠까 라뚜(Mustika Ratu), 마르띠나 버르또(Martina Berto), 그리고 아까샤 위라(Akasha Wira)와 같은 대기업이 두드러진다. 내로라하는 해외 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이들 기업들은 제품의 마케팅 뿐 아니라, 제조, 연구, 패키징 모두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브랜딩 작업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제품 및 시설의 현대화와 더불어 인도네시아 전통요법과 허브 요법에 대한 강조를 통한 차별화 지점을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이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인들이 가지고 있는 열대성 스킨 타입에 가장 적절한 화장품은 해외 브랜드의 제품이 아닌 로컬 브랜드의 것임을 지속적으로 홍보해왔다.

 

[그림 ] 마르띠나 버르또의 화장품 연구실

출처: http://www.martinaberto.co.id

 

이러한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매우 호소력이 있었다. 그 결과 오늘날 인도네시아 현지 사람들은 외국계 제품을 동경하면서도, 현지 브랜드에 편견을 가지기는커녕 상당히 환영하게 되었다.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2013년에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실생활에 밀접한 아이템일수록 해외 브랜드보다 로컬 브랜드의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최근 인도네시아의 화장품 시장에는 인디(Indie) 라벨의 화장품 제조판매 업체들과 피부과 클리닉의 제품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디 화장품 회사는 품질 경쟁력, 민첩하고 유연한 대처 능력, 특히 온라인 매체의 적극적인 이용능력으로 인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하나의 인디라벨 화장품 회사는 보통 단일 제품을 제조, 판매하지만 그 영향력은 대기업에서 제조·판매되고 있는 같은 카테고리 내의 제품을 누를 정도로 강력하다. 일례로, 뽈까 뷰티(Polka Beauty)의 매트니스 립 래커가 여타 대기업 브랜드의 립 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웬만한 뷰티 블로거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한, 시그마 뷰티(Sigma Beauty)의 움직임 또한 심상치 않다. 시그마 뷰티 또한 인도네시아 전국의 115개 도시에 30일 내 환불보장제도와 착불 배송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온라인 패션 소매업체 잘로라(Zalora)와 콜라보레이션 계획을 착수함으로써, 추후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되는 기업 중 하나이다.

 

이밖에도 주목되는 인디 라벨 브랜드는 다음과 같다: 슈가필(Sugarpill), 모르페(Morphe), 멜트 코스메틱(Melt Cosmetics), 제프리 스타 코스메틱(Jeffree Star Cosmetics), 바이올렛 보스(Violet Voss), 메이크업 그릭(Makeup Geek), 걸러틱(Girlactick), 소스박스 코스메틱(SauceBox Cosmetics), 제라드 코스메틱(Gerard Cosmetics), EX1, 컬러팝(ColourPop).

 

 

[그림 ] 피부 클리닉 Natasha의 크림

http://www.natasha-skin.com/

 

오늘날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은 피부 문제가 생기면 뷰티클리닉에 찾아간다. 이러한 양상은피부과 제품에 대한 매출 증가를 촉진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국구 지점을 가진 뷰티클리닉은 에르하(ERHA), 나타샤(Natasha), 무라드(Murad), 소티스(Sothys), ROC, 두라스킨(DuraSkin), 미라클 화이트(Miracle White)과 같은 곳들이다. 스킨케어에 유명한 피부주치의들도 여럿 있는데, Dr. Supijati, Dr. Eva, Dr. Chytia, Dr. Lewi와 같은 이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명의의 병원뿐 아니라 스킨케어 제품군을 가지고 있다. (1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