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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깊이 알기/미의식과 미용관행

자무(Jamu), 식음료부터 화장품 시장까지 접수하다

 

최근 핑거루트(finger root) 섭취를 통한 미용법이 국내 여성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핑거루트 제품을 파는 업체에서는 그것이 “100% 인도네시아산임을 기재한다. 젊은 여성들이 열망하는 미모를 갖춘 한 모델이 인도네시아 여인들은 자외선이 강한 열대우림 기후에도 탄력 있고 건강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이 핑거루트 덕분이다. 매일 밤 자기 전 먹고 있다고 밝힌 이후 입소문을 타게 되었기 때문이다. 생강과에 속하는 이 식물은 인도네시아에서 떠무 꾼찌(temu kunci)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떠무 꾼찌는 보통 단독으로가 아닌 다른 허브와 함께 혼합되어 자무(Jamu)”를 만드는 데에 이용된다.

 

 

이 글은 경상북도 경제진흥원 웹진 "경북PRIDE상품 글로벌웹진 2016년 9월호, vol.29"에 연재되었습니다. http://www.prideitems.co.kr/Pride_global_webzine/201610/contents/con17.php

정보 이용 시 저작권에 주의해주세요. (아래 본문 내용 계속)

 

 

 

 

 

          자무란 본래 약효가 있는 식물의 이파리, 뿌리, 줄기, , 씨앗, 그리고 나무껍질 등을 빻거나 끓여서 만든 인도네시아의 전통 허브혼합음료를 통칭한다. 자무의 효력 및 맛은 어떤 허브들을 어떤 비율로 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무에는 종종 허브뿐 아니라 식재료가 더해지기도 하며, 지역적 전통이나 특정한 목적에 따라 달걀이나 말린 해마 등의 동물성 재료들이 주재료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오늘날 인도네시아에서 자무는 대체약품으로 판매되기도 하고 화장품 제조에 있어서도 주요 원료로 활용되고 있어 단순한 건강음료 이상의 것으로 취급되어진다. 자무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꾸준히 섭취해야 하며, 잘못 제조되거나 관리되지 않는 이상 부작용이 없다고 이야기된다.

 

          국내에서 자무는 1990년대 중반에 처음 소개되었으나, 인지도가 없었을 뿐 아니라 불법 반입 및 허위과장 광고로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 가량이 지난 이후, 홈쇼핑에서 여성청결제 자무 스틱이 매진 행진을 이어가면서 그 이름이 다시 알려지고 있고 있다. 하지만 자무를 소개하는 정보는 전무하거나 있어도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자무가 곧 특정 식물을 일컫는다는 식으로 적절치 않게 설명되고 있었다.

 

          이 글은 자무의 역사와 현황을 소개함으로써 자무에 대한 일반적 이해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글에서 쓰이는 자무에 대한 정보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 외에도 상당 부분 Susan-Jane BeersJamu: The Ancient Indonesian Art of Herbal Healing(2001)의 내용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다.

 

          정확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지만, 자무는 이르면 9세기경부터 이미 인도네시아에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자무는 특히 중부 자바의 죡자까르따(Yogyakarta)와 수라까르따(Surakarta)의 왕족 및 고위 귀족에 의해 즐겨 이용되면서 퍼져나갔다. 공주와 왕실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뷰티 케어와 레슨을 받았는데 자무 음용과 허브재료를 이용한 마사지는 그 주요 부분을 이루었다. 이는 궁전 내부나 근처에 거주하면서 왕족의 생애주기나 병증에 따라 다양한 자무를 상납하고 조치를 취한 전문가들이 있었던 덕분에 또한 가능했다. 자무는 대중에 의해서도 사랑받는 전통의학으로 자리매김했다. ()의 형태로 쓰여 있는 자무 레시피는 그것에 접근권이 없는 대중 사이에서도 일종의 노래처럼 구전될 수 있었다. 또한 인도네시아에는 예로부터 풍부한 식물자원이 존재하였기에 관련 지식만 있다면 누구라도 재료를 구해 자무를 조제할 수 있었다.

 

 

 

 

          마을공동체에서 자무를 만드는 솜씨가 뛰어난 이들은 홈메이드 자무를 판매했다. 이때 대부분 여성들이 자무 행상인(jamu gendong)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가 인도네시아에 거주할 당시 만났던 자무 행상인들도 대부분 중년 여성이었다. 남성 자무 행상인 역시 존재하지만, 이들은 수적으로 더 적을 뿐만 아니라 밤늦은 시간 남성들을 대상으로 최음 효과성 자무를 파는 경우가 많다. 여성 자무 행상인들은 전통적으로 전통 자바식 복장을 차려입고 자무를 담은 병을 바구니에 가득 실어 돌아다녔다. 오늘날에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자무가 잘 팔리면, 사업은 가내공업 형태로 확대되어 온 가족이 원재료의 융통 및 자무 생산 작업에 참여한다. 판매는 가족구성원 중 일부가 행상이 됨으로써 이루어지는가 하면, 작은 가게를 따로 차려 주스바(Juice bar)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의학이 인도네시아 군도 곳곳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자무가 양약(洋藥)에 비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후진적인 약이라는 이미지가 굳혀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을 받거나 부유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자무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며 그 효과를 느끼고 있을지라도, 공식적으로는 자무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시간과 공을 들여 자무를 만들어먹는 가구들이 줄어들었으며, 젊은 세대들의 상당수는 자무 특유의 씁쓰레한 향과 맛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자무가 다시 대중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였다. 그 부분적인 이유는 생활수준이 향상과 함께 높아진 웰빙과 자연주의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자무가 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기업의 성공과 정부의 정책 및 지원은 자무 산업이 회생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르띠나 베르또(Martina Berto), 뇨냐 므니르(Nyonya Meneer), 무스띠까 라뚜(Mustika Ratu), 자무 아이르 만쭈르(Jamu Air Mancur), 자무 자고(Jamu Jago)는 인도네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자무 대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의 성공은 CEO 개인의 자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업 감각,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강조하는 기업철학, 포장재의 혁신, 그리고 식음료와 기초화장품 및 메이크업 제품으로서의 자무 개발로 인해 가능했다. 특히 자무의 위생 강화 및 표준화는 인도네시아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제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해결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인도네시아 정부 또한 대내외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자무 사업에 기여했다. 자바, 발리, 수마뜨라, 술라웨시에 전통의학을 연구하는 정부 산하 기관을 설립하였으며, 기업에서 출시되는 자무의 유통기한, 품질, 성분 등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는 한편 검증된 제품에는 등록번호를 부여하여 포장지에 기재하도록 했다. 또한 주요 국립대학에도 자무연구소를 설치하여 연구의 범위를 확대하였으며 연구원들을 교육시키고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을 지원했다. 대외적으로는 선진 수입 규제제도를 경험하고 규제위원회와 접촉하기 위해 보건부(Departmen Kesehatan) 소속 전통의료국장이 유럽과 미국을 방문하는 등의 행보가 이어졌다.

 

          2016년 인도네시아의 화장품 시장은 2조원 규모로, 향후 성장성이 가장 기대되는 시장 중 하나이다. 현재 한국의 많은 화장품업체들 또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저돌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자무에 대한 진지한 사회문화적 분석과 더불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현지 자무 기업과의 협업에 성공한다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한국화장품의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가 가능할 것이다.

 

 

 

 

 

<참고 자료>

Beers, Susan-Jane. 2001. JAMU: The Ancient Indonesian Art of Herbal Healing. Singapore: TURTLE Publishing.